[소모임]나눔씨네톡톡 - <노스 컨츄리>

대구여성노동자회
2023-08-02
조회수 1067

2018. 3. 15.


2005년작인 [노스 컨츄리]는 광산 마을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한 영화다. 광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라면 많겠지만, [노스 컨츄리]는 그만의 특색도 뚜렷하다. 바로 여성 노동자에 대한 성희롱 등의 집단 소송 이야기를 소재로 삼았기 때문이다. 89년에 있었던 이 소송은 미국에서는 최초로 원고 측의 승리로 끝났다.


영화의 배경은 미네소타의 작은 마을이다. 주인공인 조쉬는 광부의 딸이다. 사실 조쉬 뿐만 아니다. 마을 남성들 대부분의 광산에서 일 한다. 그런데 이 마을이 작은 사회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거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 그런지 마을 곳곳에서 여성에 대한 천대가 만연하다. 예를 들어 고등학생 조쉬는 교사에게 강간 당한다. 그리고 그 아이를 밴다. 하지만 조쉬는 아버지에게 강간이라고 말 할 수조차 없다. 여자의 책임으로 떠넘기려는 풍조가 퍼져 있기 때문이다. 조쉬의 전 남자친구(바비)는 강간을 목격했지만 증언하지 않는다. 나중의 집단 소송에서는 조쉬가 선생을 유혹했다고 위증하기까지 한다.


조쉬는 결혼 해 다른 지역에 살기도 한다. 하지만 남편에게 맞고 살다 결국 이혼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다. 양육과 생계를 위해 돈을 많이 필요하던 조쉬는, 그래서, 광부 일을 시작하게 된다. 원래 하던 미용의 6배나 준단다. 괜찮은 제안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광산에서 조쉬는 더 넓고, 더 ‘일상적’으로 성폭력에 마주하게 된다. 언어적인 희롱은 물론, 기껏 투쟁해 얻어낸 공용화장실(여자들을 위한 간이화장실)을 밀어 넘어뜨리기도 하고, 탈의실에 더러운 말을 ‘더럽게’ 적어 놓기도 한다. 심지어는 강간 미수 사건까지 일어난다.


하지만 여러 이유 때문에 이런 상황은 나아지지 못한다. 여성 광부들은 생계 때문에 이 문제를 드러내지 못한다. 이곳에서의 삶 자체도 문제다. 그냥 작은 마을일 뿐인데, ‘문제를 일으킨다면’ 여기서 더 이상 살아가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때론 용기가 없기도 하다. 누구도 이것을 문제라고 말 하지 못하는데, 자기 혼자 나서서 그리스도의 짐을 짊어질 순 없는 것이다. 조쉬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하지만 다른 여성 광부들은 침묵한다. 오히려 조쉬는 ‘민감하다’는 말을 듣는다. 신경이 과민한 사람처럼, 조쉬는 문제를 만드는 사람 취급을 받는다.


처음에 밝힌 대로 영화는 결국 조쉬의 ‘승리’로 끝난다. 하지만 승리를 승리라 부를 순 없을 것이다. 소에서는 승소했지만, 조쉬는 피해자다. 어쨌거나 ‘고작’ 자신이 당한 위법적 처우들을 밝히고, 그것을 바로잡는 데에 온 마을을 적으로 돌려야 했고, 손가락질을 받아야 했다. 피로스의 승리조차도 조쉬의 승리 보다는 값질지 모른다. 하지만 조쉬가 아니타 힐의 폭로를 통해 용기를 얻었던 것처럼, 조쉬 이후의 여성 광부들, 더 넓게는 여성 노동자들이 일어날 용기를 주었다는 점에서 어쩌면 만족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큰 파도가 작은 물결에서 시작되는 것처럼, 조쉬의 판례를 통해 미국의 여성 노동자에 대한 대우가 상대적으로 많이 개선되었음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어제(14일) 저녁, 나눔자리 카페에서 있었던 ‘여성주의 영화 보기 소모임’에서는 [노스 컨츄리]를 보고 생각을 나누었다. 다양한 의견이 오갔고, 이를 정리해 보았다.


A는 남녀 성 문제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는 문제를 은폐하기 급급한 폐쇄적인 마을의 고질병이라고 보았다.


B의 의견은 이분법적인 성의식을 타파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성을 기준으로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딸, 조용하고 긴바지를 입는 여자로 여성을 규정하고 그 범주에 드는 여자는 건들면 안 되는 여자, 그 범주에 들지 않는 여자는 함부로 대해도 되는 여자로 생각하는 그런 성의식 말이다. 또한 미투의 반작용으로 펜스룰이 확산되고 있는데, 사실 미투의 올바른 반작용은 펜스룰이 아니라 성희롱이 만연한 조직문화의 자각과 반성이다.


C는 영화를 보고 영화 속 위선적인 상황이 많이 슬펐다고 한다. 예를 들어, 광부인 조쉬의 아버지가 딸이 광산에서 일하겠다고 하자 그건 집안의 수치라고 하거나,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조직한 노조에서 여성 노동자들에게 성희롱이 만연하고 여성노동자들의 발언권을 제안하는 등 위선적인 상황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


D는 딸이 중학생인데, 자기 반에 전교 1등을 하는 남학생이 있고 그 아이가 반장이다. 그런데 여자애들이 떠들면 심한 욕을 한다고 한다. 반면 남자들애들이 떠들면 아무 말도 안 한단다. 그 아이의 머릿속에는 이미 남자들은 함부로 말을 못 하는 ‘인격체’이지만 여자들은 아무렇게나 말해도 되는 약간 아래로 보는 성의식이 형성 되어 있을 것 같다.


E의 의견은 이게 다 여자들이 논리적으로 말을 잘 하니깐 여자들한테 말로 못 이기는 남자들이 신체적 힘의 우월을 바탕으로 얻은 권력을 통하여 여자들을 억압하려는 것이다. 말로 하면 못 이기니깐 힘으로.


F의 친는 학교에서 페미니즘 동아리를 한다. 그 안에서 좀 더 과격한 소모임을 하는 친구가 있다. 어느 날 학교 커뮤니티에 어떤 사람이 친구를 포함하여 그 소모임 사람들의 학번 이름 학과를 다 적고 위협했다. 조쉬가 소송을 하자 괴롭힘이 심해지는 장면을 보고 그 생각이 났다고 한다.



fd4ed8cd4de47.jpg

1e61b2924f5d8.jpg


다음에 볼 영화는 '메이드 인 다겐함'이다. 2018년 3월 28일 수요일 오후 6시 30분에 상영하는데 더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여 의견을 나누었으면 좋겠다.



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