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기] 뜨겁게 외친 기후정의, 2025 대구기후정의행진
글 | 이명은
대구여성노동자회 회원, 생명평화아시아 사무국장. 2025 대구기후정의행진 집행위원을 맡아 행진을 준비했다.
9월 6일 토요일, 가을을 기다렸으나 햇살은 여전히 강했다. 아무렴 비 오는 것보다는 낫다. ‘비가 오면 어쩌지, 행진은 진행하지 않는 걸로 해야 하나’며 걱정했던 게 무색할 만큼 맑은 날씨였다. 행사 장소인 228공원으로 향했다. 오늘은 ‘대구기후정의행진’이 열리는 날이다.
올해 대구기후정의행진에는 68개 단체가 참여했다. 기존 대구기후위기비상행동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그만큼 기후위기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열망이 커졌다는 뜻일 것이다. 많은 응원 속에서, 준비한 만큼만 무사히 마치길 바랐다.
228공원은 점점 부산스러워졌다. 버스정류장과 가까운 쪽에 참여 부스들이 줄지어 있었다. 단체마다 기후정의를 주제로 부스를 꾸려 시민들에게 기후 이야기를 전했다. 올해 슬로건은 ‘기후위기 말구 기후정의 대구!’였다. 여름마다 식수원인 낙동강에는 녹조가 번지고, 서구 염색산단에서는 도심 한가운데서 여전히 석탄발전을 하고 있다. 대구를 가로지르는 금호강은 개발 중이고, 팔현습지에는 다리가 놓이려 한다. 본행사 구성과 공연에 이런 현실을 넘어 기후정의 도시로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본행사가 끝나고 ‘도시야생보호구역 훌라’와 시민타악대의 연주를 따라 동성로로 향했다. 500여 명의 시민이 직접 만든 동물 탈과 피켓, 악기를 들고 거리로 나섰다. 주말의 동성로는 행진으로 한층 붐볐지만, 길 위의 시민과 행진에 참여한 시민이 서로 어우러지는 순간이 만들어졌다.
활동하다 보면 “기후위기는 알겠는데, 기후정의는 뭐죠?”라는 질문을 자주 듣는다. ‘기후’와 ‘정의’를 함께 붙였을 때 무엇을 떠올려야 할지 막연하게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기후위기 시대의 정의는 멀리 있지 않다. 야외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권리, 기후위기로 일자리가 바뀔 때의 부담을 함께 나누는 일, 돌봄노동이 존중받는 사회. 이것은 우리가 오래전부터 함께 요구해온 일들이다. 기후정의는 결국 평등한 삶과 같은 말이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일터에서, 가정에서, 돌봄의 현장에서 기후정의를 향해 애쓰고 있다.

기후불평등은 우리 일상 속의 현실이다. 폭염 속에서 쓰러지는 야외노동자, 땀이 비 오듯 흐르는 급식실에서 조리하는 노동자들. 뉴스 속 먼 나라 이야기 같던 기후위기가 우리의 노동과 생존을 위협한다. 불평등한 구조 속에서 폭염과 저임금, 돌봄의 부담은 결국 취약계층과 여성에게 집중되고 있다. 대구기후정의행진은 이렇게 각자가 느끼는 기후위기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행진 중간, 중앙파출소가 있던 자리 앞 분수대에서 모두가 길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는 ‘다이인 퍼포먼스’를 펼쳤다. 파란 하늘이 새삼 소중하게 느껴졌다. “우리 모두 일어나 노래해.” 다이인 퍼포먼스를 마치며 부른 노래처럼, 우리는 살아 있고 노래하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도시에서 내딛는 걸음이 노랫소리처럼 앞으로도 계속 퍼져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부스 운영부터 본행사, 행진까지 정신없이 지나갔다. 신경 쓰느라 배고픈 줄 몰랐다. 행진이 끝난 뒤, 생명평화아시아 회원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갔다. 밥보다 먼저 맥주를 찾았다. 특별한 맥주도 아닌데, 살면서 마신 맥주 중 가장 인상 깊었다. 땡볕 아래에서 하루를 보낸 뒤 마시는 맥주는 이런 맛이구나 싶었다.

행사가 끝난 뒤 여러 참여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모두 “더웠지만 참여자들 표정이 좋았다”고 했다. 과연 그런가 싶어 당일 기록 사진을 보니, 정말 웃는 얼굴이 많았다. 옆에서 부채질해주는 손, 함께 나누던 물 한 모금, 기후정의에 동참한다는 뿌듯함 덕분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모두의 힘으로 만들어진 행진이기에, 올해의 대구기후정의행진은 단순한 거리 행진을 넘어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는 선언이 되었다.
이제 정부는 10월 16일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최종안을 발표한다. 2018년 대비 40% 중후반을 감축하는 안부터 60%대 감축까지 여러 안을 두고 논의 중이다. 올해 대구기후정의행진에서 울려 퍼진 북소리와 외침이 이번 결정에 닿아, 그에 걸맞은 감축 목표로 이어지길 바란다.

[후기] 뜨겁게 외친 기후정의, 2025 대구기후정의행진
글 | 이명은
대구여성노동자회 회원, 생명평화아시아 사무국장. 2025 대구기후정의행진 집행위원을 맡아 행진을 준비했다.
9월 6일 토요일, 가을을 기다렸으나 햇살은 여전히 강했다. 아무렴 비 오는 것보다는 낫다. ‘비가 오면 어쩌지, 행진은 진행하지 않는 걸로 해야 하나’며 걱정했던 게 무색할 만큼 맑은 날씨였다. 행사 장소인 228공원으로 향했다. 오늘은 ‘대구기후정의행진’이 열리는 날이다.
올해 대구기후정의행진에는 68개 단체가 참여했다. 기존 대구기후위기비상행동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그만큼 기후위기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열망이 커졌다는 뜻일 것이다. 많은 응원 속에서, 준비한 만큼만 무사히 마치길 바랐다.
228공원은 점점 부산스러워졌다. 버스정류장과 가까운 쪽에 참여 부스들이 줄지어 있었다. 단체마다 기후정의를 주제로 부스를 꾸려 시민들에게 기후 이야기를 전했다. 올해 슬로건은 ‘기후위기 말구 기후정의 대구!’였다. 여름마다 식수원인 낙동강에는 녹조가 번지고, 서구 염색산단에서는 도심 한가운데서 여전히 석탄발전을 하고 있다. 대구를 가로지르는 금호강은 개발 중이고, 팔현습지에는 다리가 놓이려 한다. 본행사 구성과 공연에 이런 현실을 넘어 기후정의 도시로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본행사가 끝나고 ‘도시야생보호구역 훌라’와 시민타악대의 연주를 따라 동성로로 향했다. 500여 명의 시민이 직접 만든 동물 탈과 피켓, 악기를 들고 거리로 나섰다. 주말의 동성로는 행진으로 한층 붐볐지만, 길 위의 시민과 행진에 참여한 시민이 서로 어우러지는 순간이 만들어졌다.
활동하다 보면 “기후위기는 알겠는데, 기후정의는 뭐죠?”라는 질문을 자주 듣는다. ‘기후’와 ‘정의’를 함께 붙였을 때 무엇을 떠올려야 할지 막연하게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기후위기 시대의 정의는 멀리 있지 않다. 야외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권리, 기후위기로 일자리가 바뀔 때의 부담을 함께 나누는 일, 돌봄노동이 존중받는 사회. 이것은 우리가 오래전부터 함께 요구해온 일들이다. 기후정의는 결국 평등한 삶과 같은 말이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일터에서, 가정에서, 돌봄의 현장에서 기후정의를 향해 애쓰고 있다.
기후불평등은 우리 일상 속의 현실이다. 폭염 속에서 쓰러지는 야외노동자, 땀이 비 오듯 흐르는 급식실에서 조리하는 노동자들. 뉴스 속 먼 나라 이야기 같던 기후위기가 우리의 노동과 생존을 위협한다. 불평등한 구조 속에서 폭염과 저임금, 돌봄의 부담은 결국 취약계층과 여성에게 집중되고 있다. 대구기후정의행진은 이렇게 각자가 느끼는 기후위기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행진 중간, 중앙파출소가 있던 자리 앞 분수대에서 모두가 길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는 ‘다이인 퍼포먼스’를 펼쳤다. 파란 하늘이 새삼 소중하게 느껴졌다. “우리 모두 일어나 노래해.” 다이인 퍼포먼스를 마치며 부른 노래처럼, 우리는 살아 있고 노래하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도시에서 내딛는 걸음이 노랫소리처럼 앞으로도 계속 퍼져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부스 운영부터 본행사, 행진까지 정신없이 지나갔다. 신경 쓰느라 배고픈 줄 몰랐다. 행진이 끝난 뒤, 생명평화아시아 회원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갔다. 밥보다 먼저 맥주를 찾았다. 특별한 맥주도 아닌데, 살면서 마신 맥주 중 가장 인상 깊었다. 땡볕 아래에서 하루를 보낸 뒤 마시는 맥주는 이런 맛이구나 싶었다.
행사가 끝난 뒤 여러 참여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모두 “더웠지만 참여자들 표정이 좋았다”고 했다. 과연 그런가 싶어 당일 기록 사진을 보니, 정말 웃는 얼굴이 많았다. 옆에서 부채질해주는 손, 함께 나누던 물 한 모금, 기후정의에 동참한다는 뿌듯함 덕분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모두의 힘으로 만들어진 행진이기에, 올해의 대구기후정의행진은 단순한 거리 행진을 넘어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는 선언이 되었다.
이제 정부는 10월 16일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최종안을 발표한다. 2018년 대비 40% 중후반을 감축하는 안부터 60%대 감축까지 여러 안을 두고 논의 중이다. 올해 대구기후정의행진에서 울려 퍼진 북소리와 외침이 이번 결정에 닿아, 그에 걸맞은 감축 목표로 이어지길 바란다.